그저께 일요일 아침, 오래간만에 도서관을 찾았어요. 이것저것 자료를 찾고 또 찾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하다가 점심 먹으러 컴백홈.(집에서 5분 거리)
점심 먹고 나니 다시 도서관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 군인 간 아들내미 책상에 앉아 비오는 창밖을 그냥 멍하니 내다보다가 컴퓨터 화면에 뜬 영화를 별 생각없이 클릭. 제목 "흑수선", 주연 안성기, 이미연, (제작년도 2001년, 딱 10년전이네... 한편 보고 나서 그 감상에 젖어 또 뭐가 있나 하고 곰TV 화면을 내리다 보니까 "Sunset Boulevard". 그래 이 영화 언젠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보려고 했었지. 마침내 오늘 보게 되는구먼, 그래서 한편 또 뚝딱. 1950년 제작, 주연 글로리아 스완슨, 에리히 폰 쉬뜨로하임, 윌리엄 홀던. 이 영화에서 윌리엄 홀던은 가장 오랜 시간 출연했지만 Erich von Stroheim보다도 아우라가 휠 못한 듯.
두 영화를 보고나니 생각나는 노래가 두 곡; "Seven Daffodils", "Diamonds and Rust"
수선화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가 서너개 있지만 대표적으로 두개; Daffodil 그리고 Narcissus -> 그리이스어 발음으로는 나르키소스. 흑수선을 영어로 옮기면 뭐가 좋을까, Black Daffodil? Black Narcissus? 안성기와 쉬뜨로하임은 거의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사랑을 영원히 지키려는...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 - 까치가 엄지에게 한 말을 영화 속에서 행동으로 옮긴 두 캐릭터). 그런데 여 주인공 둘은 전혀 달라 보이면서도 또한 아주 닮아 보이는 캐릭터. 그런 뜻에서 Black Narcissus가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도 그래서 Black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 검은 수선화는 없기도하구요.
(사족: 모래시계의 이정재는 그 이후 6년이 지나서 찍은 흑수선에서도 6년전과 마찬가지로 입만 열었다 하면 "깨는"^^)
영화 두편과 노래 두편에 대해 얘기하려면 단편 소설 하나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으니 생략하고, 그냥 Diamonds and Rust만.
눈물나네...
미국 포크송의 대가, 노래를 잘부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읏다는 의미로 대가인 두사람(존 바에즈, 밥 딜런)이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고 약 십년이 흐른 후 어느 날, 존 바에즈가 밥 딜런이 멀리에서 걸어 온 전화를 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 세월은 석탄 더미를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도있지만 다이아몬드를 철에 붙은 녹같은 것으로도 바꾸어 버릴 수 있다는 그런 노래.
...
Hearing the voice I'd known 내가 알던 그 목소리
A couple of light years ago 세월은 흐르고 또 흘렀지만..
... ...
Yes, we both know what memories can bring. 그래요, 우리 둘다 압니다. 추억이 무엇을 가져다 주는지
They bring diamonds and rust 다이아몬드도.. 그리고 덕지덕지 붙은 녹도...
... ...
We both could have died then and there 우리 둘 그때 그자리에서 같이 죽을 수도 있었지요.
... ...
Yes I love you dearly 그래요, 사랑합니다.
And if you're offering me diamonds and rust, 그러나, 당신이 다이아몬드와 녹을 내게 다시 주려 한다면
I've already paid. 아니요, 난 이미 그 값을 다 치렀어요.
한잔 살짝 걸치고 나니 많이 센치해졌네...
아직 한창이신데요 ㅎㅎㅎ. 가끔은 남자도 센치해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