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간만에 좋은 하늘을 만났습니다.
금요일 저녁,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었습니다. 홍천까지 가면 10시, 장비 펴고 반사경 냉각하고 어쩌고 하면 12시나 되어야 별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다가 전날인 목요일 밤에도 국제천문대를 다녀온 터라 선뜻 길을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황금 월령 주말을 그냥 보내면 별쟁이라 할 수 없으니 그냥 가기로 하였습니다. 도착해보니 콘크리트 마당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진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흙 마당에는 회장님의 16인치가 강교수님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네요.
한달 반 전에 넘겨받은 14.5인치 트러스 돕을 그 옆에 설치하고 대민 봉사에 들어갔습니다. 냉각이 되지 않았어도 M3 구상성단은 중심부까지 깨알같이 분해가 되어 거의 산개성단 수준으로 전락(^^)하고 M51 부자은하는 나선팔과 그 사이의 검은 부분이 확연하게 보이고 두 은하를 연결하는 다리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는 8인치 SCT가 제일 큰 구경이어서 은하가 보기 좋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두운 하늘과 큰 구경은 전혀 다른 별세계를 보여주는 군요. 거기에다 제법 정밀한 광학계도 눈을 즐겁게 하는데 한몫하고.
그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거의 1시가 다 되었고 여름철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사경도 냉각이 거의 다 되어가는 듯 고배율 별상이 쨍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저배율 아이피스 주변부의 별들도 점상으로 보입니다. 냉각의 중요성 재인식!^^ 참고로 제 망원경은 F4.3입니다.
이윽고 2시를 넘기면서부터는 하늘이 엄청나게 풍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은하수 뭉게구름이 백조자리부터 남녘 궁수자리 끝까지 뭉실뭉실하고도 풍성한 자태를 나타냅니다. 잠이 싹 달아나버렸습니다. 40mm 아이피스를 끼우고 백조자리 은하수를 향했습니다. 흐~~~ 배경 별들이 마치 디지털 사진의 노이즈처럼 보이더군요. 그때부터는 성도고 뭐고 치우고 아이피스 바꿔가면서 그냥 헤엄치기로 돌입했습니다. 백조가 노니는 곳에서 같이 유영하다가 독수리가 내려앉은 물가로 가서 날아가는 오리 무리를 째려보고는 이번에는 차 한잔 하면서 주전자가 뿜어내는 김을 흩뿌려봅니다. 오래간만에 느긋하면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걸 스스로 느낍니다.
NGC6992 東 베일 성운이 1.8도 시야의 아이피스 속에서 커다란 호를 그리고 있고 그 맞은 편으로 아이피스를 옮겨가니 NGC6960 西 베일 성운이 52번 별을 중심으로 양쪽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거 착각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번 다시 보아도 역시 보이네요. 그래서 보이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 베일은 처음 보았습니다. 필터를 끼워서 세부를 볼까 하다가 필터를 끼우면 이 쨍한 별들이 흐릿하게 죽어 버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패스. 백조자리 은하수의 별 바다를 아이피스 바꿔가면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M11로 갔습니다. 광욱님은 배경 별들이 분해되지 않는 저배율이 더 좋다고 하고 저는 깨알같이 분해되어 모여있는 중배율이 더 좋다면서 해결책 없는 말다툼을 10초간 해 보았습니다. M11에서 독수리자리 쪽으로 파인더를 향하면 갈고리 모양의 별 5개가 있는데 (저는 이 별들을 이용하여 M11을 찾습니다.) 그 중 가장 밝은 별 (독수리자리 람다 별)과 M11쪽 별 (독수리자리 12번 별) 사이에 12번 별 쪽으로부터 람다 별 쪽을 향하여 비스듬하게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별 세 개가 있고 약간 건너뛰어 또 별이 하나 보일 것입니다(파인더 속에서). 그 별을 망원경으로 보면 정말 빨간 별이 눈에 딱 들어옵니다. 그 별을 보기 전에는 아마 어느 누구도 그런 색을 가진 별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그런 색깔을 가진 별입니다. 14.5 인치로 보니 8인치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밝으면서도 빨간 색은 그대로 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보게 하니 한참씩들 들여다봅니다. 이어서 M17 백조성운을 보니 밝아서 눈이 부신(^^) 것 같습니다. M20 삼열성운은 사진상의 좁다란 갈라진 틈새가 머릿속에 있어서 그런지 아이피스 속에서는 그 틈새가 무척 넓어 보이더군요. 전갈 심장 (안타레스) 옆에 있는 M4 구상성단은…… 이걸 구상성단이라고 불러야 할 지 참 난감할 정도로 널찍널찍하게 분해되어 보입니다. 성단 가운데에는 별들로 만들어진 기둥이 우뚝 서있고 말이지요. 이 성단은 이상하게 이전에는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안타레스는 쪼갠다고 열심히 들여다 보았으면서도. 하여간 참 특이하게 생긴지라 여기서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M24! 제가 가장 좋아하여 넋을 잃고 보는 별무리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둡고 투명한 하늘 아래가 아니면 그냥 밋밋하여 보는 맛이 없어져버리는, 그래서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보기 힘든 녀석입니다. 2년 전인가 여름 휴가 때 지리산 인근에서 그 진미를 처음으로 알게 된 놈이지요. 파인더로 보면 무우(지금 표준어는 ‘무’지만 제게는 ‘무우’가 더 친숙합니다.)나 생선처럼 보입니다.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그때는 110mm 굴절과 C8로 보았는데 굴절이 훨씬 더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하였더랬습니다. 14.5인치에 40mm 아이피스로 보았더니 별은 무진장 많은데 배경이 환하여 맛이 덜합니다. 그래서 20mm와 12mm를 번갈아 가면서 보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와’, ‘그거 참’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구불구불 체인을 형성한 별들이 줄을 서 있고 삼중성, 이중성들이 여기저기 아무데서나 보입니다. 흰색, 푸른색, 보라색,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 반사경도 매우 잘 식어서 날카로운 별상과 그 색들이 환상적인 궁합으로 눈을 찌릅니다. 속된 말로 오늘 정말 대박이다! 산개성단도 그 안에 있네요. 별기둥도 보입니다. 성운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새벽 5시에 펜션 방에 누웠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샜군요.
금요일 저녁,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다 되었습니다. 홍천까지 가면 10시, 장비 펴고 반사경 냉각하고 어쩌고 하면 12시나 되어야 별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다가 전날인 목요일 밤에도 국제천문대를 다녀온 터라 선뜻 길을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황금 월령 주말을 그냥 보내면 별쟁이라 할 수 없으니 그냥 가기로 하였습니다. 도착해보니 콘크리트 마당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진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흙 마당에는 회장님의 16인치가 강교수님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네요.
한달 반 전에 넘겨받은 14.5인치 트러스 돕을 그 옆에 설치하고 대민 봉사에 들어갔습니다. 냉각이 되지 않았어도 M3 구상성단은 중심부까지 깨알같이 분해가 되어 거의 산개성단 수준으로 전락(^^)하고 M51 부자은하는 나선팔과 그 사이의 검은 부분이 확연하게 보이고 두 은하를 연결하는 다리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는 8인치 SCT가 제일 큰 구경이어서 은하가 보기 좋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두운 하늘과 큰 구경은 전혀 다른 별세계를 보여주는 군요. 거기에다 제법 정밀한 광학계도 눈을 즐겁게 하는데 한몫하고.
그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거의 1시가 다 되었고 여름철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사경도 냉각이 거의 다 되어가는 듯 고배율 별상이 쨍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저배율 아이피스 주변부의 별들도 점상으로 보입니다. 냉각의 중요성 재인식!^^ 참고로 제 망원경은 F4.3입니다.
이윽고 2시를 넘기면서부터는 하늘이 엄청나게 풍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은하수 뭉게구름이 백조자리부터 남녘 궁수자리 끝까지 뭉실뭉실하고도 풍성한 자태를 나타냅니다. 잠이 싹 달아나버렸습니다. 40mm 아이피스를 끼우고 백조자리 은하수를 향했습니다. 흐~~~ 배경 별들이 마치 디지털 사진의 노이즈처럼 보이더군요. 그때부터는 성도고 뭐고 치우고 아이피스 바꿔가면서 그냥 헤엄치기로 돌입했습니다. 백조가 노니는 곳에서 같이 유영하다가 독수리가 내려앉은 물가로 가서 날아가는 오리 무리를 째려보고는 이번에는 차 한잔 하면서 주전자가 뿜어내는 김을 흩뿌려봅니다. 오래간만에 느긋하면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걸 스스로 느낍니다.
NGC6992 東 베일 성운이 1.8도 시야의 아이피스 속에서 커다란 호를 그리고 있고 그 맞은 편으로 아이피스를 옮겨가니 NGC6960 西 베일 성운이 52번 별을 중심으로 양쪽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양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거 착각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번 다시 보아도 역시 보이네요. 그래서 보이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 베일은 처음 보았습니다. 필터를 끼워서 세부를 볼까 하다가 필터를 끼우면 이 쨍한 별들이 흐릿하게 죽어 버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패스. 백조자리 은하수의 별 바다를 아이피스 바꿔가면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M11로 갔습니다. 광욱님은 배경 별들이 분해되지 않는 저배율이 더 좋다고 하고 저는 깨알같이 분해되어 모여있는 중배율이 더 좋다면서 해결책 없는 말다툼을 10초간 해 보았습니다. M11에서 독수리자리 쪽으로 파인더를 향하면 갈고리 모양의 별 5개가 있는데 (저는 이 별들을 이용하여 M11을 찾습니다.) 그 중 가장 밝은 별 (독수리자리 람다 별)과 M11쪽 별 (독수리자리 12번 별) 사이에 12번 별 쪽으로부터 람다 별 쪽을 향하여 비스듬하게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별 세 개가 있고 약간 건너뛰어 또 별이 하나 보일 것입니다(파인더 속에서). 그 별을 망원경으로 보면 정말 빨간 별이 눈에 딱 들어옵니다. 그 별을 보기 전에는 아마 어느 누구도 그런 색을 가진 별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그런 색깔을 가진 별입니다. 14.5 인치로 보니 8인치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밝으면서도 빨간 색은 그대로 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불러서 보게 하니 한참씩들 들여다봅니다. 이어서 M17 백조성운을 보니 밝아서 눈이 부신(^^) 것 같습니다. M20 삼열성운은 사진상의 좁다란 갈라진 틈새가 머릿속에 있어서 그런지 아이피스 속에서는 그 틈새가 무척 넓어 보이더군요. 전갈 심장 (안타레스) 옆에 있는 M4 구상성단은…… 이걸 구상성단이라고 불러야 할 지 참 난감할 정도로 널찍널찍하게 분해되어 보입니다. 성단 가운데에는 별들로 만들어진 기둥이 우뚝 서있고 말이지요. 이 성단은 이상하게 이전에는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안타레스는 쪼갠다고 열심히 들여다 보았으면서도. 하여간 참 특이하게 생긴지라 여기서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M24! 제가 가장 좋아하여 넋을 잃고 보는 별무리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둡고 투명한 하늘 아래가 아니면 그냥 밋밋하여 보는 맛이 없어져버리는, 그래서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보기 힘든 녀석입니다. 2년 전인가 여름 휴가 때 지리산 인근에서 그 진미를 처음으로 알게 된 놈이지요. 파인더로 보면 무우(지금 표준어는 ‘무’지만 제게는 ‘무우’가 더 친숙합니다.)나 생선처럼 보입니다.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그때는 110mm 굴절과 C8로 보았는데 굴절이 훨씬 더 아름다운 영상을 제공하였더랬습니다. 14.5인치에 40mm 아이피스로 보았더니 별은 무진장 많은데 배경이 환하여 맛이 덜합니다. 그래서 20mm와 12mm를 번갈아 가면서 보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와’, ‘그거 참’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구불구불 체인을 형성한 별들이 줄을 서 있고 삼중성, 이중성들이 여기저기 아무데서나 보입니다. 흰색, 푸른색, 보라색,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 반사경도 매우 잘 식어서 날카로운 별상과 그 색들이 환상적인 궁합으로 눈을 찌릅니다. 속된 말로 오늘 정말 대박이다! 산개성단도 그 안에 있네요. 별기둥도 보입니다. 성운도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새벽 5시에 펜션 방에 누웠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