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보기 참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생활로 인해 정신줄을 놓고 있으니 개기월식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여느 때나 다름없는 바쁜 오후에 갑자기 큰딸에게서 문자가 날아옵니다.
"아빠 오늘 월식 보나요?"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납니다. 몇주전, 1월 31일이 개기 월식이라고. 그때 보여 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정관에도 따라 오고 싶어하는 걸 지난달 정관 이번달 정관 모두 내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갑자기 월식 관측이라니... 거기다가 친구들을 데리고 올 모양입니다. 대충하다가 안되면 접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상청 위성그래프를 봅니다. 흠, ^____^
"응.. 그래, 근데 오늘 날씨가 영~~ 꽝이야. 관측이 안 될지도 몰라"
"혹시 학교 동아리에서 관측이 있으면 그쪽으로 가는게 좋을것 같아, 관측 실패하더라도 친구랑 놀면 덜 심심하지..."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친구들과 이미 약속을 했나 봅니다. ㅡㅡ; 시간은 이미 6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월식 데이터를 찾습니다. 8시 48분 부분 시작!
동쪽 하늘을 보니 뿌연 구름속에 보름달 형체가 밀가루 반죽 처럼 보입니다. (보기 힘들텐데...)
차에 뭐가 실렸나 생각해 봅니다. 달 관측하기에 적당한 놈이 없습니다. (집에 가서 800mm 망원이나 가져와야 겠다. 전 월식때도 이걸로 찍었는데...)
집에 오니 8시가 넘습니다. 가까운 곳에 피더라도 부분월식 시작까지 시간이 없습니다. 짐더미 맨 밑에 800mm 망원케이스가 보입니다. 휴~~
그냥 가까이 있는 C9.25 집어 듭니다. 그래 오늘은 너다! 2350mm 면 뭐 꽉차고 좋지머. 집 가까이 양영중으로 가서 후다닥 핍니다. (아휴 헷갈려~~)
모니터로 보이는 달이 구름속에서도 아직 동그랗게 보입니다. (이것이 아빠보고 오라고 해 놓고 아직 안 나타나~~~ 빠직!!!)
생각보다 구름이 빨리 없어지고 구경온 친구들이 즐거워 해 주니 내내 심란했던 마음이 좀 진정이 됩니다. ^^
월식이야 뭐 별 관측할게 있나요 그냥 시간만 떼우는 거지요. 이번에도 극축정렬이 안돼서 손이 자주 가네요. 다음에는 꼭 극축 정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노출을 이리 저리 바꾸면서 어느 것이 더 보기 좋을까 생각도 해 보고, 부분 확대해서 세부 지형도 좀 살펴 보고 싶지만, 촛점, 냉각, 광축 삼요소 없는 흐리멍텅한 영상은....
그냥 애들에게 맡겨놨습니다. 2350mm 촛점거리도 영상에서 아래 위 짤리는 바람에 어색하게 보이고... 달 가까이 있는 M44 에 갔다 올까 해도 극축정렬, 파인더 없는 2350 으로는 무리데스.
구경온 친구들 없었으면 중간에 접고 들어가벼렸을 수도,,, ㅡㅡ; 언니들 틈에서 둘째도 아주 신났습니다. 바닥에 아직 눈이 밟히는 추운 학교 운동장을 이리저리 쏘 다닙니다.
개기월식 붉은 달은 맨눈으로 보는 것이 제일 감동입니다. 구름도 잦아들어 아파트 위에 아주 멋진 광경을 연출합니다.
둘째가 집에서 가져온 따끈한 삶은계란, 빵, 귤, 보리차로 작은 소풍 나온 것 같습니다......
이상 즐거운 개기월식 관측기였습니다. ^^
카메라 : A7S 동영상
망원경 : C9.25 (f=2350 F10)
촬영정보 : 노출 1/4~1/250, ISO100~102400 왔다리 갔다리
20:48 (부분월식) 21:51 (개기월식) 23:30 (부분월식) 00:11
20180131LunarTotalEclipse from shlee on Vimeo.
3시간 넘는 분량의 동영상을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네요. 그냥 20배속으로 돌린 영상을 그대로 올립니다. 어지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ㅋㅋ. 아 전에도 비슷한 영상 올렸었지.
(동영상 캡쳐)
달이 흐르는 것이 옥의 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