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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천문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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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그토록 기대하던 관측회인데 사무실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고,
조급한 심정에 인터넷 일기예보를 검색해 보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맑음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기상상태로 보아서는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밤이 되면서 구름이 엷어지게 시작하더니
구름 사이를 해집고  별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관측대상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먼저 플레이아데스를 관측하고, 오리온대성운(M42), 황소자리의 게성운(M1)
안드로메다 은하(M31), 그 밖에 카시오페아자리와 페르세우스 자리 부근에서
성단과 성운을 찾아 보기로 정했습니다
소위 딥스카이 안시관측이라는 것을 나도 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지요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하늘이 맑더군요
오전 근무를 일찍 마치고 신태양사쇼핑을 찾아가
맡겨두었던 망원경(MEADE ETX 90)을 찾으면서
간단한 망원경의 설치 및 조작법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젠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까 빨리 관측장소에 가서
별을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청태산으로 가는 영동고속도로는 휴일이라서 그런지 중간중간
정체가 심해 오후 8시가 지나서 청태산 휴양림에 도착하였습니다
둔내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청태산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들어서자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별이 총총 떠 있더군요
약간의 설레임을 안고 청태산 휴양림으로 들어섰는데
추위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장갑, 모자, 여벌옷은 필요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인천에서 출발을 했는데
막상 청태산 휴양림에 도착하자 산중이라 그런지
무지하게 춥더군요...
옷을 두껍게 입고, 체인을 준비하라는 안내글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청태산에 도착하여 간단한 회원소개가 있었고
장비 셋팅을 위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신태양사에서 배운대로 삼각대 위에 경통을 올려놓고
접안렌즈와 파인더를 장착한 후, 파인터를 통해서
별을 올려다 보았는데 도무지 어둠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그저 막막하기만 했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제 망원경이 이상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손대야 할지 막연하였고
진지하게 관측에 임하는 회원님들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아
그저 애꿎은 망원경만 만지작 거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해 경통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다가 그것도 싫증이 나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제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잘모르는 상황에서는
나서지 않는 것이 저의 성격인데,
별과 망원경에 대해서 너무도 무식하다 보니
입이 다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옆에서 총무님의 재미난 별자리 교육이 한창입니다

저도 별자리를 하나둘씩 찾아나갑니다
오리온, 마차부, 황소, 토끼, 페르세우스 등등
쌍안경으로 보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별들이
더욱 짙푸르게 보였고
머리위로 수많은 별무리를 이끌고 은하수가
길게 띠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토성과 목성이 그토록 밝게 빛날줄은 몰랐고
작은 유성들이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휘리릭 사라져 갑니다

온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별이 한꺼번에 쏟아질 듯하여
잠시 눈이 아려옵니다

그렇게 남중하는 별들과 함께 밤은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토성을 처음 보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해하던
최병일 회원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이상하네요, 왜 제 망원경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죠'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최병일 회원님은 고개를 갸우둥하며
제 망원경을 살펴보시더니 '접안렌즈가 몇미리 짜리죠'라고 물었고
'26미리미터인가,  글쎄.... 잘모르겠네요'
'이 망원경 초점거리는 어떻게 되죠?'
'네?, 초점거리????
사전 준비에 소흘했음과 무식함에
잠시 부끄러워 졌습니다

최병일 회원님은 추위에 곱은 손을 호호불면서
제 망원경 이곳 저곳을 살펴보더니
'아, 알았다, ' 파인더의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았고
경통이 고정되지 않았군요'
라고 진단을 내리면서 어렵게 목성을 찾아 보여주셨는데
정말 목성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비록 별볼일 없는 망원경이지만 다음부터는 별볼수 있도록
망원경의 구조와 사용법을 확실하게 익힌 후,
저 혼자 관측을 떠나 볼까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관측에 익숙해지면
감히 성운과 성단 촬영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이번 관측회에 참여하여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고
저에게는 첫관측회였기 때문에 영원치 잊지 못할
아름다운 밤으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그럼, 이만...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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