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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천문동호회

2004.12.07 09:31

우여곡절 새 파인더.

조회 수 1063 추천 수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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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잘 지내시는지요? 저야 뭐 워낙에 일이 없다보니 맨날 일 벌일 궁리만 하고 있답니다.

정관도 가까워오고 게시판도 한동안 잠잠하기에 그냥 최근 한 짓(?) 하나를 얘기 해볼까 합니다.

정관 때 자리 안 지키고 항상 방황하는 저인 줄은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꾸준히 관측에만 전념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열심히 좀 찾아보려 하면 할 수록 파인더가 성에 안 차는 것입니다. 항상 투덜대기 좋아하는 제 성격에 빅센 기본 파인더란 녀석이 어찌 그리 못나 보이는 것인지...
이건 뭐 어둡기가 이루 말 할 데 없어, M31도 희멀그레~ 십자선이 안 보여 명시야 조명 장치를 달면 대상은 사라지고 십자선만 두둥실~
그에 비하면 다른 분들의 토실한 50mm 파인더는 얼마나 듬직해 보이던지... 한번씩 들여다보면 이게 파인더인지 주망원경인지... 세상에 그냥 이것만 쳐다보고 있어도 되겠다 싶더군요.

이참에 파인더 교체를 마음먹고 중국산으로 하나 사 볼까 하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과 천정 관측시의 그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생각하고는 자작으로 방향을 바꿨지요. 늘 남는 건 시간이요, 모자란 건 돈인지라...

놀고 있는 쌍안경 한 대를 해체하면 렌즈와 프리즘을 뽑아낼 수 있으니 직각 파인더를 만들 수 있겠더군요. 경통 재료는 아크릴로 하고 운대는 볼헤드를 이용하면 되겠고... 접안 초점면에 UV 필터 잘라 붙이고 LED 연결하면 암시야 조명까지~
생각대로만 된다면 기십 만원짜리 다카하시가 부럽지 않을 거란 생각에 혼자서 히죽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답니다. (TV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백수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하더군요.)
한참을 궁리해서 기본 설계 완성. 물론 머릿속에서지만요. 이제 만들기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싸구려 삼각대 하나 사고 아크릴 가게로 가 보았더니... 이게 웬걸. 아크릴도 가공비를 포함하니 그리 만만치 않더군요. 거기에 도면 없이 말로만 설명하니, 듣는 분이나 저나 고역이고...
그냥 두루마리 화장지 심지로 만들어버릴까 하다가 가뜩이나 없는 살림, 광고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 포기.

뭐 혼자서 열이 올라 있던 거라 식는 것도 금방이더군요. 부서진 쌍안경 한 대와 파인더 운대로 사용하려던 싸구려 삼각대 하나는 바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쓰레기(!)는 방에 쌓아두지 말고 바로바로 버리라고 타박이시고...

얼마가 지난 뒤, 우연찮게 그린 레이저를 구하게 되었답니다. 5mW 급인데 아주 밝지는 않지만 서울에서도 그럭저럭 쓸 만은 하더군요. 그래 이걸 파인더 대용으로 사용을 하자! 다시 또 궁리궁리...
한참을 생각해 보고 이 녀석을 파인더로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첫 번째. 그린 레이저 자체에는 어떤 개조도 하지 않아야 한다. 무리해서 구입한거라 후일 처분을 위해...
두 번째. 그린 레이저는 상온에서만 작동합니다. 따라서 겨울에는 외기에 노출된 파인더의 용도로는 부적합하지요. 출력부에 열선을 다는 방법도 고려를 해 보았지만 일단 거추장스럽고 첫번째 조건과도 맞지 않기에 패스~ 몸으로 덥히는 방법밖에 없겠군. 고로 탈부탁이 자유로워야 하며 재장착시 초기 위치와 동일해야 한다.

전과 마찬가지로 운대는 미니 삼각대의 볼헤드를 이용하기로 하고, 레이저 포인터는 집게로 집는 방식을 생각했습니다.
다음 문제는 망원경 경통과의 연결인데... 항상 손잡이로만 사용하던 미니 피기백 플레이트가 떠오르더군요. 여기에 헤드 체결용 1/4인치 숫나사가 달려 있으니 미니 삼각대의 볼헤드에 1/4인치 너트를 붙이면 되겠다 싶어(초저가 삼각대라 헤드 일체형입니다.) 바로 할인점에 달려가 믹스앤픽스 구입. 돌아오며 집게도 샀는데 플라스틱 집게(행여나 포인터에 상처 날까...)는 큰 녀석이 없고 해서 철제로 구입.
집에 돌아와서 막 만들어보려던 찰나... 망원경과 재료들을 늘어놓고 보니 꼭 정방향으로 만들 필요가 없겠더군요. 피기백 플레이트의 숫나사를 뽑아내니 당연히 암나사가 나오고 볼헤드의 뒷부분은 철제 집게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나사로 고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굳이 플레이트를 쓸 것도 없이 경통 밴드 윗면에 나 있는 1/4인치 암나사 구멍에 연결해도 그만. 처음 생각에서 볼헤드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 일이 그렇게 쉬워지더군요.
거기에 보너스. 이게 생각보다 튼튼해서 평상시에는 소형 카메라용 클램프포드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ㅡㅡV
그런데 가만... 이런~ 믹스앤픽스. 괜히 샀군. 담배 한 갑이 날아갔네... 잠시 또 투덜투덜...

어쨌건 지금은 꽤 만족하며 쓰고 있답니다. 초저녁부터 정권 자세에 목을 90도로 꺾는 고역을 치르지 않아도 안드로메다를 찾을 수 있지요. 만세~ 뭐 어두운 대상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전과 다를 바가 없지만 어차피 80mm 굴절이라 상관 없다는...건 혼자만의 합리화인가요?
신나게 만들고 보니 처음에 50mm 파인더를 왜 부러워했던 것인지 잊어버린 꼴이 되었군요. 역시 할 일 없는 백수가 괜한 일을 벌였던 것이지요.

뭐 주절주절 말이 많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건데... 그냥 사진 보시면 바로 이해되실 겁니다.
아~ 찬조출연한 빨래집게. 생각보다 좋던데요? 가볍게 돌리면 온-오프도 되고~ 바로 스카웃 결정.
낮에는 산란광이 안 보이기에 꼼수 좀 썼습니다. 망원경 뒤에 담배를 숨겼다는... ㅡㅡ;;;

혹시라도 레이저 포인터로 파인더 만드실 분이나 그냥 무료한 분들을 위해 재미삼아 읽으시라고 써봤습니다.

이번 주 잘들 지내시고요 중원리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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