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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하늘이 열릴 것 같아 9시에 출발하여 10시에 양평 설매재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하여 보니 뭔가 희끄무레한게 하늘을 덮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안 열린 것도 아니고. 그래도 요즘같은 날씨에 이만큼이라도 열려있다는데 감사해야 할 일이니 기꺼이 장비를 펼쳤습니다. 요즘 틈만 나면 들고 다니는 14.5인치 돕소니안입니다. (이거 들여놓고 난 후부터 110mm 굴절과 8인치 SCT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얘기에서 위는 남쪽, 아래는 북쪽입니다. 뉴토니안이므로 아래/위, 좌/우가 바뀌어 보이니까요. 첨부한 그림도 같습니다.
 
좀 있다가 조용현님과 김광욱님이 도착하였는데 같이 하늘을 쳐다보다가 그 중 제일 잘 보이는 목성을 시야에 넣었습니다. 보는 순간 새까만 둥근 그림자가 두개 짠 하고 눈에 들어오더군요. (목성 본체의 밝은 노란색 위에 새까맣게 떠 있는 그림자는 대부분 그 테두리가 면도칼로 자른 듯이 깔끔하여 목성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착시이지만 참 묘하고 정말 예쁘지요.) 시잉은 8/10 정도로서 목성도 화려한 자태를 깔끔하게 드러내어 주었습니다.
 
하여간 오른쪽 위에 있는 것은 아래 것보다 약간 더 크고 진하고 아래에 있는 놈은 조금 작으면서 약간 어두웠습니다. 큰 것은 STB(South Temerate Belt)의 바로 아래에 있고 작은 것은 요즘에는 사라져 보이지 않는 SEB(South Equtorial Belt)의 아랫부분쯤에 자리잡고 있네요. 그런데 목성 주위에 위성이 3개가 보이는게 아닙니까. 두개는 목성 왼쪽에, 한개는 오른쪽에. 그러면 그림자 두개 중 한개는 목성 오른쪽 바깥에 보이는 위성의 그림자이고, 다른 한놈의 주인은 목성 위에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따라서 시간이 좀 지나가면 목성 위에 있는 위성은 빠져 나가고 오른쪽에 있는 위성은 목성 위로 들어오게 되겠지요. 써놓고 보니 얘기가 좀 복잡하네요^^. 하여간 요점은 "오늘 제법 재미있겠다, 잘 왔다!"는 것. 뚜벅이라서 요즘 매일 집에서 목성을 본다는 초보씨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니라 다를까 척척 얘기해주더군요. 큰 그림자는 가니메데 것이고 작은 것은 이오의 그림자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의 오른쪽 바깥에 있는 위성은 가니메데 본체입니다. 
목성 8월 20일 22시 30분.jpg
(8월 20일 22시 30분의 목성: calsky.com에서 만든 이미지입니다. 두개의 그림자 사이에 있는 SEB는 요즘 보이지 않지요.)
 
 
그런데 이오 본체가 하얀 동그라미로 목성 위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이오는 목성 왼쪽에 걸리고 가니메데는 목성 오른쪽에 걸리면서 두개의 위성이 마치 작은 귀나 뿔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300배 이상의 배율에서 (315, 440, 565배) 보고 있었는데 이 정도 배율이 되면 위성이 점이 아니고 제법 큰(크다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동그라미로 보입니다. 그래서 두개의 위성이 목성 테두리에 접근하면 그 테두리에 위성이 잘려서 반달 모양으로 보이는 거지요. 그런데 이날에는 가니메데와 이오가 참으로 우연하게도 동시에 목성의 양쪽 끝에 걸리게 되어 정말 귀가 두개 생긴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요렇게 볼 수 있는 확률은 매우 작을 것 같으네요. 행운이었던 듯.
 목성 8월 21일 00시 07분.jpg
(8월 21일 00시 7분의 목성)
 
그림자가 두개 동시에 있는 것을 보고 조용현님이 돕에 촬영 장비를 부지런히 연결하였습니다. 이럴 때는 꼭 제대로 안되지요^^. 처음에는 노트북이 USB를 인식을 못하더니 이를 해결하자 하늘에 구름 만땅ㅠㅠ,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새벽 세시가 되니 갑자기 구름이 걷히고 희끄무레하게 끼었던 것들도 싹 사라졌습니다.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피스 속의 별들이 초롱초롱하고 배경은 까맣게 변했습니다. 언제 보아도 마음을 뺏아가는 장면이지요. 한동안 거기에 빠져있다가 다시 목성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목성을 쳐다보니 시잉은 여전한 듯한데 연무가 없어져서 무척이나 찬란하게 빛나고 있네요. 별 생각없이 5mm 아이피스를 끼웠습니다. 눈을 갖다대니 너무 눈이 부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중에도 상이 엄청나게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2.5배 파워메이트를 더했습니다. 800배 입니다. 상이 쨍합니다! 너무 빨리 도망가서 손으로 추적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7mm로 내렸습니다. 565배. 일원짜리 동전만하게 보입니다. 눈을 찌르듯이 밝습니다. 각각의 띠와 그 띠가 가진 구불구불한 선들이, 여기저기에 있는 백반과 흑반, 갈색 반점들이 찬란한 빛속에서도 너무나 또렷하게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왼쪽 위에서 뒤로 돌아가고 있는 대적반은 분홍색으로 수줍게 몸을 감추어 가고 있고 그 위에 새로 생긴 백반도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너무나 크고 밝고 또렷하고 칼라풀합니다. 목성의 이런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이전에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모두를 모여 목성에 푹 빠져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안시에 별 관심이 없던 조용현님도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동녘 하늘이 환해지고 있네요. 보람찬 밤이었습니다.^^^
  • 조용현 2010.08.24 10:38

    아아~~ 그날밤이 그립습니다...

    좋은 장비와 안시파의 지존인 윤샘 덕분에 황홀했습니다... 왜 안시에 빠져드는지를 알게됐구요~~

    자세한 설명을 보니 그날의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 김덕우 2010.08.24 11:01

    실제로 망원경을 보고있는 듯한 생생한 글입니다

  • 한장규 2010.08.24 12:38

    구경과 고정밀도 미러가 감동을 선사한것 같습니다

     

  • 오영열 2010.08.24 19:30

    호홋 81mm로 처음 영 현상을 볼때의 감동이 다시 생각나네요. 아이 부럽습니당...^^

  • 홍두희 2010.08.25 00:46

    제가 반말 할께요^^,   야

  • 김광욱 2010.08.25 22:29

    사진보다 더 멋진 목성 이었습니다.   그다음날 오후에 아직도 피곤하신 목소리로 또 나가신다고 하실때 말렸어야 하는데...빨리 쾌차하세요

  • 박창목 2010.08.30 10:04

    저두 20일 밤에 포천 펜션에서  위성 두개가 동시에 목성테두리 걸쳐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4인치 굴절이라 표면의 세밀한 모습은 관찰할 수 없었는데... 위글을 보니 저도 14인치 돕으로 함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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