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라지 꽃이 피었네
참 힘들게 피었네
세상 살이 힘들고
지치고
무너지고
절망하고
이 여름 긴긴 외로움과 가을의 모진 비바람속에서
그렇게 피었네
하고픈 긴긴 말들도
보고픈 긴긴 속내도
혼자서 아리고 아린 그 마음 끝에
꽃은 그렇게 피었네
눈물 뚝뚝 떨어지며
마지막 희망마져 무너지고
너의 첫 피어나는 자태를 보고도
현실의 무게 앞에 고개 돌리며
그져 백일이란 기다림만을 간직한체
혼자 아파하는 또 하루속에도
너는 아침해 받으며
그렇게 첫꽃잎 시들었어나
그 자태 간직하며 나를 받아주네
ps
전에 냉장고에서 힘들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화단에서 자라든
백도라지꽃이 피었네요
태풍이 남쪽에
깊은 상채기를 남기고 간
이 가을의 자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