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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천문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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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금성일면 관측을 계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극.축.정.렬.입니다.
몇번의 일식/월식 관측하면서 깨달은 사실입니다. 특히나 일식.^^

 

해나 달 관측한다고 극축 맞추지 않으면 관측할 때 정말 고생입니다.
수시로 도망가는 녀석을 가운데다 다시 집어 넣어야 하는 일이 정말 귀찮습니다.

 

달이야 밤이니깐 극축 정렬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만,
일식은 낮이기 때문에 극축 정렬이 어렵습니다....
(고정 관측지 생각이 다시 불쑥불쑥 듭니다)

 

전날 밤에 미리 극축 정렬을 해 놓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늘 그렇듯이 집 근처 학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오며 가는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재미가 쏠찮기 때문입니다.
공원은 짧은 시간이면 모를까 장시간 관측하기에는 썩 내키지 않습니다.

 

6월 3일 일요일 오후에 예행연습하러 제일 가까운 양영중학교로 갔습니다.
필터는 전 일식 관측 때 사용하던 바더사 필터를 준비했습니다.

 

운동장 귀퉁이에 차 세워놓고 장비내려 놓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려옵니다.
"야! 나가!"
어리둥절해서 보니 저 멀리 단상에서 머리 희껏한 어르신이 막 소리치고 계십니다.
"야! 차 빨리 치워!"
누군지는 모르지만 엄청 높으신 분인 모양입니다. 약간의 부탁을 했지만 막무가내 듣지를 않습니다. 

우리 딸이 약간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장소를 물색하다가 회사 옥상을 선택했습니다. 장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될 것 같습니다.


6월 5일 저녁에 일찌감치 장비를 셋팅해 놓고 북극성 보일 때까지 기다립니다.
구름이 좀 있었지만, 밤새 북극성 한 번 안 보일려구요. ㅎㅎㅎㅎ ㅠㅠ
얼릉 셋팅해 놓고 집에 가서 한숨 자고 아침 7시전까지만 나오면 됩니다.
필터도 Thousand Oaks 걸로 새로 구입해서 스티로폴을 이용해서 전면에 씌어놨습니다.
바더 필터는 흰색으로 보이는데 반해 오크 필터는 붉은색으로 보입니다.
경통 밸런스도 맞춰놓고 카메라배터리도 여분으로 준비하고 메모리도 큰 걸로 새로 구입해 놨습니다.

 

구름이 없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팀원들이 술 사들고 옥상으로 올라옵니다. 마십니다.
구름이 없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북극성은 커녕 북두칠성도 안 보입니다. 마십니다.
구름이 없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팀원이 새벽에 비 예보가 있다고 합니다. 일단 철수하고 마십니다.
새벽 4시 입니다. 극축을 맞출 마지막 기횝니다. 다시 옥상가서 혼자 기다립니다.
구름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입니다. !@#$%^(^()*&^*&%$@# 열받으니 피곤하지도 않네요.
회장님께 문자 날립니다... 구름으로 완전히 덮힌 하늘은 1,2 접촉 관측의 기대를 버리기에 충분합니다.

 

7시 10분...
대충이라도 조준해 놓고 있으려고 했지만 해가 어디쯤 있는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구름 사이로 갑자기 해가 튀어 나옵니다. 깜짝 놀라 들이댑니다. 금성이 반쯤 잠겨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촛점을 이제사 맞춥니다. 속으로 뭘 이런 장면으로 촛점을 잡아야 하나... 맘이 급합니다.
셔트를 누릅니다.... 몇 초 후 사라집니다.... 다시 구름입니다. 점점 더 짙어집니다.
피곤이 몰려옵니다. 바닥에 길게 눕습니다. 해가 보이면 바로 일어나려고 동쪽을 보면서 눕습니다.

 

빰이 화끈거리는 걸 느끼고 눈을 뜹니다. 눈이 부셔 다시 감습니다. 8시 30분.
본격적으로 쵤영에 들어갑니다. LCD 창에 점 찍은 해가 이쁘게 보입니다.
수시로 구름속을 넘나드는 바람에 노출을 잡기 어렵습니다.
ISO 는 160 으로 고정시켜놓고 셔트속도는 1/8 ~ 1/15 초 정도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다행인거는 FD800 경통에 조리개링이 있기 때문에 촬영 중에 F5.6 에서 F32 까지 가변적으로 조정을 합니다.

 

수시로 이탈하는 해를 다시 가운데 집어넣을 때 마다 지난 밤이 생각납니다.!&!^$!*&%!(^)!(^&^%^%$$%
사진을 찍으면 위치가 조금씩 벗어난 해를 그나마 후보정으로 얼라인을 할 수도 있지만
동영상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후보정으로 되는지....... 전 모릅니다.ㅎㅎㅎ

 

구름속에 들어가면 촬영을 멈추고, 나오면 찍고, 다시 가운데 집어넣고, 다시 가운데 집어넣고...
작은 구름에 들어가면 커피타임, 큰 구름에 들어가면 컵라면 타임. 총 200분 정도 찍은 것 같습니다.
무지 덥더군요. 맨날 추운데서 관측하다가 더운데서 그러고 있으려니... 모자라도 가져올걸 ㅎㅎㅎ

 

다행인 것은 3, 4 접촉할 때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확대해서, 중간에 안 끊고 21분 롱테이크로!! ㅋㅋㅋ

 

2시에 후다닥 정리하고 기념 셀카 한 장 찍고, 집으로 가서 휴식...........은 택도 없고, 가정행사 ㄷㄷㄷ

 

찍어논 것 중 하나를 보니 촛점도 메롱, 필터도 그냥 바더 필터 쓸 걸 괜히 바꿨습니다.

그리고 또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지 어지럽습니다.(극축 정렬! 빠직)
다음에는 꼭 맞추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런데 왼쪽 빰이 아직도 화끈거립니다. 얼마동안 썬탠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

이상 금성 일면통과 관측기 입니다. -끝-

 

https://vimeo.com/43626697

https://vimeo.com/43518066

 

P1070002.JPG

  • 박창목 2012.06.07 21:16
    고생하셨네요. 저도 팔다리 다 태웠네요. ^^
  • 홍두희 2012.06.07 22:27

    ㅋㅋㅋㅋ,    이해인수녀님의 '내 인생이 한번 뿐이듯 내 사랑도 하나'(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지는 모름)라는 시가 있지요.

    정말 다양한 천문현상을 그때 그때 맞추어야 하는데 매번 새로운 경우가 생기니 죽을 맛이지요.

    낮에 촬영 하는데 극축정렬이 뭐가 크게 중요하리요라고 생각들 많이 하셨을텐데 6시간넘게 태양시로 추적하는 모드가

    세상에 어디 있었겠어요  ㅎㅎㅎ.

    저는 102 미리 굴절을 화인더도 없이 아주 잘 맞추었어요(경위대). 구름이 지나간후 해가 쨍해질때 경통의 그림자가 최소가 되는 지점이

    바로 그위치니까요^^

  • 오광환 2012.06.08 09:15

    정말 공감이 200%입니다.

    새벽까지 장소를 결정하지 못해 결국 학교에서 하기로 하고 아침에 이동하다보니 극축은 나침반으로 할 수 밖에 없었고, 아이피스 부재로 태양이 화면에 꽉차서 조금만 움직여도 아래 위 잘리니 참 고달픈 관측이었습니다.

    태양관측에는 필요한 아이피스(제 시스템에는 40mm가 정답인데 25mm밖에 없어서.....) 어디서 하나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 그냥 파인더에도 필터끼우고 관측했습니다.

  • 조용현 2012.06.08 16:16

    막판 첨부사진이 그날의 고통을 투영하여 보여줍니다..

    저도 죽는 줄알았다니까요~~

     중간에적도의  배터리가 나가서 수동으로 추적   ~~ 와아~~~ 배터리가 뜨끈뜨끈한게 나갈만도 하더라구요..

    6시간 땡볓에 있으니 나중에 어지럽더라구요~~ 

    금성 땜에 고생한사람들 모여서같이  영양보충겸 한잔하지요~~

  • 김준호 2012.10.08 20:24

    지금에서야 글을 봤네요....저는 집 옥상에서 그냥 카메라에 삼각대 그리고 망원랜즈 이용했는데...아무생각 없이 러닝셔츠 바람으로 장시간 있었더니 등짝이 다 익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관측후기

별보고 온 느낌과 정보를 공유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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