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리산 자락에 있었습니다. 쨍하게 맑았습니다.^^

by 윤석호 posted Aug 0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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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지난 여름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에서 본 하늘이 그리워 다시 찾았는데, 지리산 꼭대기는 맑은 날에도 구름이 몰려올 확률이 높아서(작년에는 겨우 1시간만 별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디에서 보는게 좋을까 고민을  하였지만 우연히 아주 좋은 장소를 찾았습니다. 시골 폐교를 숙박시설로 개조한 곳으로 널따란 운동장이 있는 곳입니다. 해발 350미터, 주변 시야는 거의 지평선에 버금가고 그 끝까지 별이 초롱초롱하게 보입니다. 한가지 문제는 다른 숙박객들이 밤늦게까지 불을 켜 놓으면 구석을 찾아서 보아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그 구석도 너무나 훌륭한 구석입니다.^^

본 대상은 아주 적습니다. m24, 이중성단, 베일성운, 플레이아데스 딱 네개. 물론 댜른 것 5~6개를 더 보았지만 앞의 것들 때문에 잠깐 스치기만 하고 이 네개를 모두 각각 1시간 이상씩 들여다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C8을 올렸는데 시상이 안좋아서 110mm 굴절로 저배율 아이피스 딱 2개와 함께 6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하늘 아래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m24를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더 바랄 나위가 없더군요. 별보기에서 하늘이 차지하는 비중을 절절히 느낀 밤이었고 따라서 가장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사용 장비: WO ZS-110 아포 + XW30 / XW20, HEQ5 Pro
배율/시야: 26배/2.7도, 39배/1.8도 -> 집중적으로 본 대상들이 모두 크므로 30mm가 훨씬 좋았습니다.

m24: 산개성단을 보면서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m24는 산개성단도 아니고 단지 별이 모인 곳일 뿐안데 그 어느 산개 성단보다도 화려했습니다. 매우 투명한 날 양평 임도에서도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어제 그 느낌이 단지 느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지리산 근처에서 여기를 한 번 보세요. 그래야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로는 정말 그 화려함을 비슷하게라도 표현할 수가 없네요.^^

이중성단: 하늘이 검으니 콘트라스트가 좋은 굴절이 구경은 작더라도 8인치 SCT보다 훨씬 보기가 좋더군요. 26배로 보는데도 배경이 검게 펼쳐져서 그 주변 별들과 이중성단이 함께 어우러져 시원하고도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임도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장면. 이것은 30mm와 20mm 아이피스의 둘 중 어느 것으로 보든지 다 좋더군요. 각각의 특징에 따라서.

베일성운 중 ngc6992: 이것은 긴 쪽 길이가 1.5도가 채 안되므로 (사진으로는 좀 더 나올지도 모르지만) 2.7도 시야 한 가운데에서 하회탈의 웃는 눈썹처럼, 꼭 그렇게 보였습니다. 필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음. 20mm를 끼우니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었고 30mm 26배로 본 것이 매우 또렷하고 좋은 느낌을 주었음. 그리고 베일 및 그 주변에 있는 은하수 별들이 무척이나 화려하더군요. m24 때문에 그 화려함이 상대적으로 좀 덜하기는 하였지만 만약 이것만 따로 보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넋을 잃었을 겁니다.

m45: 30mm 아이피스 시야에 전체가 다 들어왔습니다. 별과 그 별들을 감싸고 있는 성운기에 눈이 부시더군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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