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의 기이한 동거...!

by 오영열 posted Jul 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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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경이었습니다.

 

아들이 학교를 다녀오더니 뭔가 내밀었는데, 허연 덩어리가 꾸물거립니다.

 

자세히 보니, 누에를 키워라는 과제였습니다.

 

동물/식물 키우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고, 소질도 없었던 저희 부부에겐 청천 벽력 같은 소리였지요.

 

저나 아내나 벌거지라면, 징그러움을 넘어 두려움 수준의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허지만, 아이 숙제라니... 어쩝니까. 제가 키웠지요   ㅠㅠ

 

 

5월초에 온 아기(?)는 갓 4령이 된 수준이었습니다.

 

누에는 알 → 1차 탈피 → 1령 → 2차탈피 2령 → 3차탈피 3령 → 4차탈피 → 4령 → 고치 → 나방 이 됩니다. 

 

알에서 깨어나서 나방까지 약 한달 반정도가 소요됩니다.

 

 

초보(=저) 보모는 설명서를 충실히 지키려 했습니다.

 

누에는 아침 저녘으로 조금씩 뽕잎을 주라고, 온도는 25도 정도에 습도는 상습을 꼬옥 지키라고...

 

아침 저녘 밥 줄라고 5월 홍천 번개 때도 갖구 갔었지요. 그담날 가평 뿌띠 프랑스에도 모시고 갔었습니다...만.... 아뿔사 차에서 데리구 내리는 걸 잊어

 

버려서... 말려 죽였습니다..  흑흑...

 

 

보통 때 같으면 여기서 때리 치우겠는데, 아이 선생이 좀 FM이라... 베껴오면 0점 준다길래... 어쩝니까...

 

인터넷으로 알아봐서 충북 보은에 있는 모 누에농장서 10마리를 입양 했습니다.

 

두번째 온 요넘들도 4령 초기였었습니다. (쥔장한테 비슷한 나이로 달라고 애걸 복걸 했다는 후문이...)

 

 

초보 보모는 열심히 키웁니다. 여행 계획도 다 때려치고 열심히 뽕잎을 날라다 아그들(?)을 먹였습니다.

 

헌데... 요넘들이 한넘 씩 한넘씩 말라 죽네요... 최후의 한마리는 고치 지으려고 높은 곳을 찾아 다니다가 궁디로 똥물을 쏟곤 시커멓게 사망...

 

허탈했습니다. 보은의 모 농장 쥔장한테 또 전활 겁니다. 여차저차해서 얘들이 이리 됬다 카니... 저런 하시면서, 요즘 기후가 요상해서

 

누에키우기 좀 애매했다고... 마름병 같다나... ( ㅠㅠ ) 사정을 잘 설명했는지, 쥔장은 택배비만 받고 누에를 더 보내 준다 캤는데,

 

아예 얘들 교육상 담달 농장으로 찾아 갔었습니다.

 

 

이리 구불 저리구불 산길을 돌아 보은 어딘가 농장으로 찾아갔는데, 생각 보다 젊은 남자가 할매들과 함께 누에를 키우고 있더군요.

 

시골 사람 답게 정말루 친절 하게 누에 실 뽑는 실습, 누에 잠실 구경을 시켜 주었구여. 견학 후 나올 때는 약속했던 누에 10마리랑 누에된장(?), 누에 화장품을

 

선물로... 주더라는... 말로는 홍보좀 해달라카는데, 아마 이분 성공하실 거여요...^^ (결코 선물 줘서 그런거 아닙니다.)

 

 

암튼 세번째로 온 아그들은 그동안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열심히 키웠습니다.

 

얘들은 3령 마지막 단계였는데요. 가지고 올때부터 Z자 모양으로 머리 들고 2~3일은 쿨쿨 자고 있었지요.

 

자고 나서는 허물 벗고 4령이 되었고, 이때부터 임마들의 식성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가만히 관찰하자니... 정말 목숨걸고(!) 뽕잎을 쏠아 댑니다. 어쩜 저렇게 처절(!)하게 먹어대는지... 

 

슬슬 10여일이 지나니... 한놈 씩 고지대( 라고 해봤자 플라스틱 통속 )를 찾아 고치를 지어 댔습니다. 바닥에는 노랑색 오줌도 싸고... 

 

고치를 틀 무렵에는 먹이는 안 먹고 오줌 한방울이랑 색이 바랜 똥만 몇점 쌉니다. 본래 한창 먹어댈 때의 똥 색은 까만색인데,

 

고치 틀 때넹는 황토색 혹은 풀잎색으로 나왔슴다. 고치트는 모습을 가만히 보자니... 신기하데요...

 

이누마들은 대체 누구한테 사주(?)를 받고 이짓을 배웠을꼬...

 

또 가만히 보자니... 불쌍했습니다. 고치를 만들어 갈때 누에는 하얗빛은 사라지고, 점점 노랑색을 띄어 가는데, 몸을 불살라 실을 뽑아대는 것 같았슴다

 

그 오동통한 (= 소시지 같 ) 몸매는 온데간데 없고, 주름진 병든 연노랑색의 살덩이가 꾸물꾸물 필사적으로 고치를 만들더이다.

 

때로는 지쳐 쉬어가면서... 때로는 옆에 다른 친구들의 간섭을 경쟁해 가면서...

 

그렇게 그렇게 자기 중심에 하얗게 고치를 지어가면서, 누에의 모습은 점점 여위어 갔지요. 고치가 다 만들어진 것 같아도. 빛에 비추어 보면,

 

속에서도 열심히 내부공사(?)를 하는 그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후.... 10여일 마침내 두마리가 동시에 성인이 되어 나왔습니다. 한놈은 배가 오동통하고, 한놈은 배가 홀쭉하고 작은 걸 보니 암수 한말씩인 듯.  ^^

 

나방의 특징인 빗모양의 더듬이도 있고, 배에는 까만색 줄무늬도 3줄 있고, 날개에도 복잡한 줄무늬가 있고.

 

누에는 얘나 어른이나 활동성이 없나 봅니다. 탐구심이라곤 벌레 똥보다 작은 듯, 거의 그자리서 안 움직입니다.

 

 

동시 태어난 두놈 중 한넘이 노랑색 물질을 분비했습니다. 자료를 뒤져보니 이것이 수컷을 유혹(?) 하는 페르몬이라 캅니다.  약간은 피빛같은 느낌이었구여.

 

그래서인지 두놈의 행위가 심상찮습니다.  하루 웬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19금?)

 

급기야는 며칠전 까아만 알을 까더라는.....

 

 

아들 숙제는 누에가 나방으로 우화할 때 끝이 났습니다. 그간 담아두었던 사진과(아빠 작) 그림관찰일기(아들 작)를 통합해서

 

제출했구여. 누구보다 열심히 키웠고 관찰했다고 자부할 정도로...  ( 100점 안줌 학교 뒤집어...ㅋ )

 

 

이나이(? 죄송합니다...ㅋ)에 뭔가를 새로 공부하고 알아가는게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전혀 관심 없는 분야도 일단 닥치니 하게 되네요.

 

일부 연로하신 분들의 경우 당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알아가려 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게되는데, 저도 어느새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른 사람의 겸험과 지식을 인정할 줄 알고 배우려는 모습이 언제까지나 제게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차로 글만 올리고 집에가서 사진을 갈무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귀여운 누에들. 1부 끝